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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컷 젬스(Uncut Gems)’는 뉴욕 다이아몬드 지구의 보석상이자 도박 중독자인 하워드 래트너의 하루하루를 숨 쉴 틈 없이 따라가며, 인간 욕망의 끝이 어디인지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영화다. 이 작품은 쉴 새 없이 요동치는 대사와 촘촘한 긴장감 속에서, 욕망과 불안, 자기기만과 파국의 감정을 고통스러울 정도로 실감 나게 그려낸다. 본문에서는 하워드라는 인물의 정체성, 감정의 밀도, 시간과 파국의 리듬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언컷젬스 관련 사진

끝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욕망

‘언컷 젬스’는 단순한 범죄 드라마나 도박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다. 이 영화는 ‘멈출 수 없는 욕망’이라는 감정의 구조를 통해, 한 인간이 어떻게 스스로를 파괴하는지를 집요하게 포착한다. 주인공 하워드 래트너는 보석상이자 가족을 가진 남편이지만, 그의 일상은 거의 모든 관계에서 불균형하다. 그는 아내와는 별거 중이고, 사업은 빚투성이이며, 불륜 관계는 불안정하다. 하지만 그는 끝없이 거래하고 베팅하며, ‘한 방’을 노린다. 하워드는 점점 가속되는 감정의 탈선 위에 서 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신뢰를 잃으면서도, 자신의 판단만을 믿는다. 영화 초반, 그는 에티오피아 광산에서 들여온 원석(언컷 젬)을 NBA 스타 케빈 가넷에게 빌려주고, 그로 인해 연쇄적인 사건들이 벌어진다. 이 ‘원석’은 그의 욕망을 압축적으로 상징하는 사물이다. 미가공된 그 보석처럼, 하워드의 삶도 날것 그대로이고, 그 날것의 감정은 끝없이 마찰을 일으킨다. 흥미로운 점은, 하워드가 위험을 피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더 큰 위험 속으로 달려들고, 위기의 순간에 안도하지 않는다. 이 감정 구조는 단순한 중독이 아니라,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한 파괴적 방식’이다. 그는 아찔한 순간마다 쾌감을 느끼고, 그 순간을 연장하기 위해 다음 도박을 건다. 그에게 일상은 지루하고, 오직 불안정한 위험만이 감각을 선명하게 해준다. 이 영화는 그렇게, 우리 안의 숨겨진 파괴적 욕망을 들여다보게 한다.

 

감정은 파멸을 향해 흐른다

감정이라는 메인 키워드는 ‘언컷 젬스’ 전반에 긴장으로 도배된다. 하워드는 감정을 직면하지 않는다. 그는 상대방을 설득하고, 회유하며, 때론 조롱하거나 회피하지만, 진심 어린 대화는 없다. 그는 감정을 계산의 도구로 사용하며, 그 도구가 통하지 않을 때에도 전략을 바꾸기보다 더 큰 판을 벌인다. 이 감정적 무감각은 영화의 속도감과 연결되어 있다. 관객은 거의 쉼 없이 인물들이 말을 쏟아내는 장면을 목격한다. 음악은 불협화음처럼 신경을 긁고, 화면은 자주 클로즈업되어 숨통을 조인다. 이 리듬 자체가 하워드의 내면이다.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욕망에 끌려 다니며, 끝없는 충동 속에서 삶을 ‘게임화’한 자아. 하지만 하워드는 단지 무모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자주 실패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계산한다. 스포츠 베팅, 대출금 회수, 고리 대금업자의 심리까지 파악하며 그는 스스로를 ‘컨트롤’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의 계산은 감정을 배제한 논리이기에 결국엔 무너진다. 세계를 단순한 숫자와 확률로 보려 한 인간이, 감정이라는 변수를 제어하지 못해 몰락하는 것이다. 영화 후반, 그는 거액의 베팅에 성공해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는다. 철창 안에서 그가 외치는 기쁨은 숭고할 정도로 강렬하다. 그러나 그 직후, 그는 총에 맞고 즉사한다. 이것은 감정의 완전한 파국이다. 쾌감의 정점이 동시에 파멸의 문이라는 것. 그 순간 하워드는 단 한 번, 진심으로 웃었다. 그는 자신이 ‘원하던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그 결과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욕망의 초침은 결국 정지하지 않고, 생명보다 앞서가 버린다.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었던 남자

‘언컷 젬스’는 인간의 어리석음이나 중독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감정과 감각, 욕망과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 얽혀 있는지를 해부한 작품이다. 하워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실패를 통해 살아 있음을 확인하려 한다. 그 감정의 방식이 너무나 위험하고 극단적이기에 우리는 놀라고 불편해지지만, 동시에 이상하게도 공감하게 된다. 우리 모두는 하워드처럼 어떤 ‘원석’을 좇는다. 그것이 돈이든, 사랑이든, 성공이든, 혹은 잃어버린 자존감이든. 문제는 그 원석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하워드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다. 그는 숨기지 않았고, 끝까지 가봤다. 그 결과가 비극이라 해도, 그는 자기 삶의 마지막을 주체적으로 결정한 셈이다. 이 영화는 말한다. 감정이란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 감정의 끝자락에서야 우리는 진짜로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하워드는 패배했지만, 동시에 가장 솔직한 인간이었다. ‘언컷 젬스’는 끝없는 소음과 긴장 속에서,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좇고 있으며, 그 감정의 끝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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