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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선보인 ‘머니볼(Moneyball)’ 전략은 단순히 한 구단의 성공적인 팀 운영 방식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 혁신적 접근법은 메이저리그(MLB) 전체의 선수 계약 문화, 팀 운영 철학, 선수 가치 평가 시스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현재까지 그 여파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MLB 구단들은 대형 스타 선수들과의 초대형 장기계약뿐 아니라, 젊은 유망주와의 전략적 장기계약, 다양한 계약조건 설계 등을 적극 활용하며 머니볼의 기본 정신을 현대화한 운영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최신 MLB 계약 트렌드, 머니볼 전략의 본질, 그리고 두 요소가 야구계에 미친 영향을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MLB 선수 계약의 최근 동향
최근 MLB에서 관찰되는 가장 뚜렷한 계약 트렌드는 바로 초장기 대형계약의 활성화입니다. 2022~2024년 오프시즌에는 애런 저지(9년 3억 6000만 달러, 뉴욕 양키스), 트레이 터너(11년 3억 달러, 필라델피아 필리스), 잰더 보가츠(11년 2억 8000만 달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리그 정상급 선수들이 9년 이상 초장기계약을 맺었습니다. 이와 같은 계약은 과거 단기계약 중심에서 벗어나, 장기적 팀 안정성 확보와 리스크 분산을 목적으로 합니다. 팀 입장에서는 연평균 평균 연봉(AAV)을 낮추는 효과가 있고, 선수는 커리어 후반까지 재정적 안정성을 얻습니다.
또 다른 두드러진 트렌드는 젊은 유망주와의 조기 장기계약 체결입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오지 알비스, 스펜서 스트라이더 등 팀의 핵심 유망주들과 비교적 이른 시기에 장기계약을 체결하여 가성비(비용 대비 성과)를 극대화했습니다. 이런 전략은 선수가 FA 시장에 진입하기 전 낮은 금액으로 장기간 묶어 두면서, 구단 재정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선수 입장에서는 장기적 안정성을 제공받는 윈윈 협상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계약구조의 다양화도 중요한 흐름입니다. 옵션조항, 팀 옵션·선수 옵션 혼합, 이적금 조정, 인센티브 추가 등 계약서 자체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선수별, 구단별 상황에 맞는 맞춤형 계약 설계가 보편화되었으며, 이는 머니볼 시대 이후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한 재정적 유연성 확보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단기 고액계약(High AAV Short-Term)도 눈에 띕니다. 맥스 슈어저와 저스틴 벌랜더(뉴욕 메츠)가 3년 계약에 연평균 4000만 달러 이상의 초고액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는 리스크를 장기화하지 않으면서도 선수 기량이 절정일 때 최대한 활용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됩니다.
머니볼 전략의 핵심과 스포츠의 본질
머니볼 전략의 본질은 단순히 선수평가의 데이터화 이상입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과 통계 전문가 폴 디포데스타는 전통적인 스카우팅의 주관적 요소(외모, 스윙폼, 경기 스타일 등)를 배제하고, 팀 승리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객관적 능력치를 중시했습니다.
대표 지표로는 출루율(On-Base Percentage), 장타율(Slugging Percentage), 볼넷/삼진비율(BB/K) 등이 있었으며, 당시 과소평가되던 '볼넷을 잘 고르는 선수', '컨택 능력은 낮지만 출루율이 높은 선수' 등이 저비용으로 영입 대상이 됐습니다.
머니볼은 단순히 저비용-고효율 선수 영입 전략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위험관리(Risk Management)와 자원 최적화(Resource Optimization)가 중요한 축이었습니다. 부상 위험이 적고, 경기력 변동성이 낮은 선수를 선호했으며, 플래툰(상대투수에 따라 출전선수 교체) 전략도 적극 활용했습니다. 또한 팀의 재정규모가 제한적이었던 만큼 '스타플레이어 영입→팬몰이→상업적 이득' 공식에서 벗어나, 꾸준한 팀 경쟁력 유지에 집중한 전략이었습니다.
이러한 원리는 비단 선수영입 뿐 아니라, 선수 방출 시기 결정, 트레이드 가치 평가, 드래프트 전략 등 팀 운영 전반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결국 머니볼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 비용효율 최적화 + 위험 최소화'라는 세 가지 원칙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머니볼이 MLB 계약 문화에 미친 영향 분석
머니볼이 MLB 계약에 끼친 첫 번째 큰 영향은 선수 가치 평가 기준의 다양화입니다. 과거에는 타율, 홈런, ERA(평균자책점) 등 제한된 전통지표가 계약 협상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OPS(출루율+장타율),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 wRC+(조정 득점 생산력) 등 정량적 고급지표가 활용됩니다. 이로 인해 예전에는 저평가되던 선수군이 새로운 시장가치를 인정받고, 스타선수의 거품계약 위험성도 줄어들었습니다.
두 번째는 구단 내 데이터분석팀의 역할 확대입니다. 현재 대부분 MLB 구단은 전력분석팀을 운영하며, 선수영입·계약·트레이드·드래프트 전략까지 데이터 기반으로 계획합니다. 이는 계약 협상 과정이 점점 더 과학적·합리적으로 진화했음을 의미합니다.
세 번째로 머니볼은 계약구조의 혁신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퍼포먼스 기반 옵션, 인센티브 조항, 구단·선수 공동옵션, FA 시장 전 장기계약(Team-Friendly Contract) 등 다양한 형태가 일반화됐습니다. 이는 팀의 재정 리스크 최소화 + 선수의 성과보상 강화라는 양측 요구를 모두 반영한 구조입니다.
마지막으로 머니볼은 MLB 외에 KBO리그(한국), NPB(일본), NFL, NBA 등 다양한 종목과 리그의 계약문화와 선수평가 방식에도 파급효과를 주었습니다. 야구계 전반의 '합리성·효율성 기반의 운영 전략'은 이제 스포츠계 전반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머니볼 전략은 단순한 통계야구라기보다 MLB 선수계약 및 팀운영 철학 전체를 혁신한 기념비적 사건이었습니다. 오늘날 MLB 최신 계약 트렌드는 장기계약의 전략적 활용, 젊은 선수 조기계약, 맞춤형 계약설계 등 머니볼 정신의 진화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야구팬 여러분도 앞으로 선수 계약 뉴스와 팀 운영 전략을 접할 때, 숫자와 데이터 이면의 전략적 의미를 한 번 더 주목해보세요. 그것이 현대 야구를 더 깊이 이해하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