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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와일드(Where the Wild Things Are)’는 아동문학의 고전을 원작으로 하여, 어린아이의 감정 속에 자리한 분노와 슬픔, 상상과 회복을 시적이고도 강렬하게 그려낸 영화다. 격렬한 감정에 휩쓸려 세상을 벗어나고자 했던 소년이 상상의 섬에서 괴물들과 만나며 감정과 화해해가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성장은 상처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본문에서는 영화가 표현하는 감정의 상징, 괴물의 존재성과 내면의 투영, 그리고 자기 이해의 과정을 분석한다.

영화 더와일드 관련 사진
영화 더와일드 관련 사진

분노로 떠난 소년, 상상 속 세계로

‘더 와일드’의 주인공 맥스는 아홉 살 소년이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정이 섬세하지만, 세상은 그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싱글맘인 엄마는 바쁘고, 누나는 친구들과 더 가까워졌으며, 어른들은 그의 감정을 지나치게 ‘어린’ 것으로 치부한다. 맥스는 외로움을 느끼고,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세계를 갈망한다. 결국 그는 분노에 휩싸여 엄마에게 화를 내고 집을 떠난다. 그가 도착한 곳은 바다 너머의 낯선 섬,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야수들’이다. 이 괴물들은 거대하고 거칠지만, 동시에 상처받기 쉬운 감정을 지니고 있다. 맥스는 그들에게 자신이 왕이라고 소개하고, 그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다양한 놀이와 규칙을 만든다. 그러나 이 섬의 질서는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 야수들은 끊임없이 싸우고 상처 입으며, 맥스에게도 자신들이 품은 상처와 불안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섬은 단순한 환상의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맥스 자신의 내면, 그가 감당하지 못한 감정들이 형상화된 장소다. 괴물 하나하나가 그의 심리적 조각이며, 그들과의 관계는 곧 자신의 감정과의 대면이다. 영화는 이를 시각적으로도 서정적으로 풀어내며, 맥스의 여정을 단순한 도피가 아닌, ‘내면과의 화해’로 확장시킨다.

 

괴물은 누구인가, 감정의 얼굴들

이 영화에서 감정이라는 메인 키워드는 야수들의 성격을 통해 구체화된다. 카롤은 맥스와 가장 가까운 존재이며, 분노와 사랑, 유대와 상실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는 다른 야수들을 하나로 묶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버림받을까 두려워한다. 이는 맥스 자신의 감정과 동일하다. 사랑받고 싶지만, 통제할 수 없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바로 카롤의 본질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괴물들은 각기 다른 감정의 은유다. KW는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누군가에게 얽매이길 원하지 않는다. 더글라스와 주디스는 회의적이고 냉소적이며, 집단 내에서 안정과 불안을 동시에 형성한다. 이 모든 괴물들은 맥스의 감정 안에서 자라고, 부딪히며, 궁극적으로 그에게 감정의 복잡성을 인식시키는 거울이 된다. 초반에 왕으로 군림했던 맥스는 시간이 갈수록 리더로서의 책임과 무게를 체감한다. 자신이 만든 규칙이 모두를 행복하게 하지 못하며,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시점에서 그는 어른들이 왜 때때로 침묵하고, 타협하며, 감정을 숨기는지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감정을 다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는 순수함으로 감정을 표현하지만, 그 감정은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다. 맥스는 괴물들과의 갈등, 특히 카롤과의 대립을 통해 그 사실을 직접 경험한다. 감정은 단순하지 않으며, 사랑이 항상 따뜻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그는 야수들과 함께 지내며 배워간다. 결국 그는 더 이상 왕이기를 원하지 않게 된다. 누군가를 통제하고, 책임지는 것보다는, 그저 이해받고 싶은 소년으로 돌아간다. 야수들은 그를 떠나보내는 걸 슬퍼하지만, 동시에 그를 진심으로 보내줄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이별은 상상의 마무리가 아니라, 내면의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말이다.

 

돌아온 소년, 시작된 감정의 언어

‘더 와일드’는 맥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며 마무리된다. 그는 엄마가 준비한 저녁 식탁 앞에 조용히 앉는다. 아무 말 없이, 하지만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감정의 변화가 드러난다. 엄마는 아무런 추궁도 하지 않고, 아들을 따뜻하게 바라본다. 이 장면은 감정의 회복이 말이 아니라, 태도와 시선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맥스는 여전히 아이이지만, 그가 다녀온 상상의 세계는 그에게 진짜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는 이제 자기 내면에 어떤 괴물들이 살고 있는지를 알고 있고, 그 괴물들과 싸우기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말한다. 감정은 때로는 무섭고 낯설며,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할 수 있지만, 우리가 그것들을 ‘괴물’로 보지 않고, 함께 머물며 대화하려 한다면, 결국 감정은 성장의 길이 되어줄 수 있다고. 상상 속에서 벌어진 모든 일은 현실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였고, 그 안에서 맥스는 조금 더 자신을 이해하게 되었다. ‘더 와일드’는 동화처럼 보이지만, 감정의 깊이와 인간의 본질에 대해 가장 솔직하게 말하는 영화다. 누구나 내면에 괴물을 품고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그 괴물을 어떻게 대하고, 어떤 언어로 말 걸 것인가이다. 그리고 맥스는 이제 그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성장이다. 그것이 화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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