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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니쉬 걸(The Danish Girl)’은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실존 인물 ‘릴리 엘베’의 삶을 바탕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젠더 정체성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섬세하면서도 도전적으로 다룬다. 이 영화는 한 인물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과, 이를 곁에서 지켜보며 사랑과 헌신의 방식을 재정립하는 파트너의 이야기를 병렬적으로 풀어낸다. 본문에서는 ‘대니쉬 걸’이 젠더와 사랑을 바라보는 관점을 중심으로, 사회적 인식의 한계와 개인의 용기에 대해 분석한다.

영화 대니쉬걸 관련 사진
영화 대니쉬걸 관련 사진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영화 ‘대니쉬 걸’은 1920년대 덴마크 코펜하겐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에이나르 베게너는 촉망받는 풍경화가이며, 그의 아내 게르다는 인물화를 그리는 화가이다. 둘은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어느 날 게르다가 작업 모델이 부재한 상황에서 에이나르가 여성 복장을 하고 대신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순간은 단순한 장난처럼 보이지만, 에이나르에게는 억눌려 있던 진짜 자아를 깨닫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여성복을 입고 거울을 마주한 그는 자신이 그동안 사회의 틀에 맞춰 살아온 남성 에이나르가 아니라, 내면 깊숙한 곳에서 숨 쉬고 있던 ‘릴리 엘베’임을 인식하게 된다. 이후 그는 릴리로 살아가기를 원하고, 사회적으로도, 생물학적으로도 자신의 정체성을 실현하고자 한다. 릴리의 선택은 단순히 성전환이라는 육체적 수술을 넘어서, 존재의 근간을 재정의하는 행위다. 하지만 당시 사회는 물론, 의료계조차 이를 이해하지 못했고, 릴리는 변태, 정신병자라는 오명을 들으며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는 자신을 설명할 언어조차 허락받지 못한 시대에 살고 있었고, 정체성을 말하는 순간 곧바로 부정당하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릴리는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낸 이상, 그 진실을 외면한 채 살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점차 ‘릴리’로 살아가는 방식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육체적 고통은 그 자체로 투쟁이며, 존재를 증명하려는 절박한 몸짓이다. 이러한 릴리의 여정은 단지 개인적 정체성 확립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 옆에 함께 있는 게르다의 변화 또한 중요한 서사 축이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워하고, 남편을 잃는 감정에 사로잡히지만, 그녀는 릴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된다. 그것은 단순한 연민이나 동정이 아닌, 릴리라는 존재의 전환을 인정하는 깊은 존중과 사랑의 결과이다. 영화는 이처럼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다. 상대가 변화해도, 그 존재 자체를 지지하고 동행할 수 있는가? 게르다는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한다. “사랑은 상대를 고정된 모습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그가 되려는 사람을 함께 응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젠더 정체성과 인간의 용기

‘대니쉬 걸’에서 젠더 정체성은 단지 개인적인 문제나 의료적 선택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둘러싼 사회와의 갈등이자 생존의 문제다. 영화는 젠더라는 메인 키워드를 중심으로, 성별 이분법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어내고 있었는지를 시사적으로 보여준다. 릴리는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심지어 의료적으로도 그녀는 남성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이는 단지 호칭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쳤다. 병원에서는 실험 대상으로 취급당했고, 정신병자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정체성을 고백한다는 것은 곧 관계의 파괴, 사회적 단절, 경제적 어려움을 모두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러한 사회적 벽 앞에서 릴리는 굴하지 않는다. 그녀는 성전환 수술이라는 길을 택하며, 당시로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의학적 절차를 감수한다. 이는 현대 의학의 기준에서도 위험한 시도였고, 결과적으로 릴리는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러나 그 죽음은 절망이 아니라, 존재를 향한 뜨거운 발걸음이었다. 게르다 역시 릴리의 변화를 지켜보며 자신도 성장한다. 그녀는 사랑했던 ‘남편’이 사라지는 과정 속에서 상실을 겪지만, 릴리로서 살아가는 존재를 보며 점차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그녀는 릴리를 떠나지 않고, 끝까지 그림을 그리며 사랑을 표현한다. 이는 사랑이 외형이나 역할에 국한되지 않고, 존재 전체를 품는 과정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또한 릴리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녀의 존재가 남은 사람들의 삶에 깊은 흔적을 남겼음을 암시한다. 게르다는 릴리를 기억하며 그녀의 진짜 삶을 예술로 남긴다. 그리고 이 예술은 릴리의 존재를 사회에 증언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릴리는 사라졌지만, 그녀의 이름은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한 이들에게 힘이 되는 상징이 되었다. 이처럼 ‘대니쉬 걸’은 젠더 정체성과 인간의 용기를 함께 그려내며, 단순한 감동 스토리를 넘어선 인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는 조용하지만 뚜렷하게 말한다. 존재를 증명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며, 사랑은 그 용기를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사랑과 정체성, 진실된 존재를 위한 기록

‘대니쉬 걸’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 단지 개인의 일이 아닌, 사회적 싸움임을 일깨우며, 그 속에서 사랑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아름답고도 절제된 방식으로 보여준다. 릴리의 삶은 많은 이들에게 젠더의 고정관념을 깨는 계기를 제공했고, 그를 지켜본 게르다의 태도는 사랑이 진정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젠더, 성소수자, 인권, 자기정체성, 인간관계, 예술 등 다양한 세부 키워드를 활용할 수 있으며, 단순히 줄거리를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서 독자에게 깊이 있는 감정적, 사회적 통찰을 제공한다. 릴리는 누구보다도 ‘살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자신으로서, 거짓 없는 존재로서 하루를 살아가는 일이 그녀에겐 목숨을 걸 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게르다는 그 삶을 끝까지 함께하며, 릴리의 존재를 세상에 남기는 조력자가 된다. ‘대니쉬 걸’은 결국 존재에 대한 예찬이며, 그 존재를 지지하는 사랑의 초상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 말에는 그의 과거뿐 아니라 미래, 그리고 변화까지도 껴안을 수 있는 용기가 담겨 있어야 한다. 이 영화는 그 용기를, 조용한 울림으로 우리에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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